감독 - 라이언 쿠글러 출연 - 채드윈 보스만, 마이클 B.조던, 루피타 뇽 外 개요 - 12세 관람가(PG-13) / 액션, 드라마, SF / 미국 / 135분 개봉 - 2018 .02.14 시빌워 이후, 와칸다의 왕위를 계승한 티찰라는 희귀 금속인 비브라늄과 그의 왕좌를 노리는 자들을 쫓으나 선대 왕에서부터 비롯된 '사건'이 블랙팬서를 압박하는데...
* 주관적인 리뷰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
# 졸렬한 PC :: 와칸다여, 니들끼리 영원해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통칭 MCU는 말그대로 세계관이 연결되어있다. 그렇기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잘 그리고 조금 더 재밌게 보기위해서는 MCU에서 만든 영화를 거진 다 보는 것이 마음 편하다. 대표적인 예로 캡틴 아메리카가 있을 것이다.
[퍼스트 어벤저]에서 질 것이 뻔한 싸움에서도 하루종일 할 수 있다며 맞서싸우는 정의로움 그자체인 스티브는 약물용사로 벌크업하여 세상을 구했으나, [윈터솔저]에서는 정의는 언제든지 변질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시빌워]에서는 시작도 안 한 전쟁을 대비한다해도 그 안에서도 얼마든지 사람이 다칠 수 있음을 말한다.
그 과정 속에서 그 또한 잘못을 범했지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뤘고 속죄한 그는 마지막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고귀한 자만이 들수 있는 묠니르를 들게된다. 정말 캡틴 아메리카, 통칭 미국대장이란 캐릭터를 정말 멋있게 그려냈고,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저]는 지금봐도 띵작이며, <어벤져스:엔드게임>에서 부서진 방패를 팔에 고쳐 끼고선 타노스의 군대와 홀로 맞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모습은 다시보아도 숭고하다.
그래서인지 영화 <블랙팬서>를 보게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순리와도 같았다. 이 재밌고, 멋있는 MCU의 연결을 끊고 보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 '블랙팬서'는 그 옛날 급진적 흑인인권운동단체의 이름이기도하기에, MCU의 방식과 어우러져 어떻게 흑인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지, 다른 유니버스와 어떻게 연결될지 기대감이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MCU의 매출에 적잖은 영향이라도 끼치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부산이 나온다고 하니 절로 내 마음 속의 태극기가 휘날리게 한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아니, 기대가 컸기에 실망했다 하기에는 그 결이 조금 달랐다. 영화 [블랙팬서]하면 다른 것보다도 '살구치기'라는 것이 먼저 떠오르게 한다. 이는 다른 국가에 대한 예의따윈 밥말아먹은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자기네 문화권도 아닌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말하고자함에 있어서 이는 많은 조사가 필요한 작업일텐데, 기껏 한다는게 한국인도 못 알아듣는 살구치기였다.
못하면 또박또박, 천천히라도 이야기하던가!
적어도 액션 연습을 한 만큼 외국어 발음 연습은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물론, 외국인에게 한국어 발음은 어렵다고들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도 외국어 발음이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이럴 거면 그냥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수현 분처럼 한국인을 캐스팅하지, 한국계 배우라고 하시지만 한국어를 못하시는 분에게 한국어로 대사를 치라고 하니 제작진이 지금 타국의 문화를 말랑말랑하게 생각하나, 싶은 킹리적 갓심이 절로 들게 한다. 한편으로, 영화 [예스맨]에서 짐 캐리 분이 한국어 발음을 얼마나 연습하셨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그래, 영화 [블랙팬서]는 어쨌든 액션영화이기에 살구치기는 잠시 뒤로하고 영화에 집중하기로했다. 강한 힘이 있기에 그것이 악용될 우려가 있어 그 능력을 숨기고, 기술력도 감추고 사는 왕국 와칸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것이 과연 최선일까. 숨기고 있기에 절대 드러낼 수 없으며, 드러낼 수 없기에 보호받을 수 없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와칸다는 최빈국처럼 보이게되었고, 그럼 그 불가피함을 막기위해 와칸다는 어떤 최선을 다하고 있던가. 그들의 최선은 최신식 망토방패에 돌도끼와 창이 전부였다. 빌런인 킬몽거의 아버지이자 선왕의 동생인 엔조부 왕자가 이들을 지키기위해 비브라늄을 세상에 공개하려들었고,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선왕은 동생을 죽여 그의 의도를 막게된다.
킬몽거의 대의는 너무나 완벽했다. 아버지를 죽인 자에 대한 복수, 계속 숨기면서 살기에는 밖에서도 지켜야할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숨어있는 와칸다는 저들끼리만 행복하고 피스풀하다. 그래서 킬몽거가 블랙팬서 티찰라에게 왕의 결투를 신청하고 이긴다. 어쨌든 왕족이기도해 왕이 되기에는 흠잡을데가 없었고 이제 킬몽거가 왕이 되었다.
하지만 티찰라가 또 싸우자며 쫓아왔다.
이처럼 공정하게 싸웠음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티찰라가 보는 내내 이해가 가질 않았고, 마지막 클라이막스인 비브라늄 광산의 전투에서는 캐릭터가 와닿지 않기에 저 둘의 액션이 하나도 치열해보이지않았다. 다른 리뷰들 보면 와칸다의 기술이 밖에 나가선 안된다는 보수적인 관점과 그 기술을 밖으로 보내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해야한다는 진보적인 관점의 싸움이라고하지만, 결과적으로 킬몽거가 이겼는데 티찰라가 거기서 왜 나오냐는 것이다.
빌런이니 어쨌든 무찔러야된다는 것처럼 보여와 이럴거면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할 것도 없이 1시간으로 퉁쳐도 좋았을 것이다. 빌런을 소개할 필요가 뭐가있는가, 어쩌피 나쁜놈인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면서 MCU만의 유쾌한 PC를 보길 기대했다. 영화 <블랙팬서>는 흑인주연의 흑인중심의 영화였다. 사람의 가치관을 바꿔주는데 미디어같은 문화의 힘은 대단하다고 생각하기에 이 영화가 인종의 부정적 프레임을 조금이나마 벗겨주고 인종차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주길 바랐다. 여기에 아름다운 아프리카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연신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흑인은 약해보여도 이런 강한 힘을 숨기고 있지만 백인 니네는 이런거 없지?
보는 내내 불쾌했고 이게 지금 MCU에서 보여줄 수있는 PC의 최선이라는 것인가 싶어 아찔해졌다.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존재 가치를 돋보이게하는 것만이 최선이었을까. 저 영화 나온 캐릭터들 중 생각은 짧고 졸렬할 지언정 무능한 인간은 없어보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마틴 프리먼 분과 앤디 서키스 분이라는 저 명배우분들을 데리고 영화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틴 프리먼 분 데리고서 기껏 한다는게 와칸다의 선진 기술을 보여주며 놀라게하는 용도라니! 거기다 앤디 서키스 분은 중간에 순삭해 존재감마저 흐릿하다. 다른 유니버스 쿠키에도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쩜 캐릭터에 대한 대우가 이따위인지.
블랙팬서의 맨몸 액션의 멋짐에 대해서는 딱히 이견은 없다. 하지만 블랙팬서라는 와칸다의 히어로가 보이는 것이 아닌 왠 졸렬한 인간들이 삽질하고 있는 장면들로 영화가 채워지다보니 정작 히어로물이라는 생각이 와닿지 않는다.
결말은 히어로물의 정석 그대로 티찰라, 블랙팬서가 이긴다. 그리고 이제 숨겨왔던 와칸다의 흑염룡을 꺼내볼까 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영화 [토르2]처럼 CG를 날로 먹었나, 싶은 것도 아니고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처럼 최종빌런과의 결말이 좀 날로 먹은 느낌인데,도 아닌 영화를 보고 남은 것은 졸렬함이라는데에 그저 동공에 지진이 난다.
그러나 아무리 실망스러웠다해도, MCU 세계관을 제대로 알아 영화를 좀 더 재밌게 보기 위해 블랙팬서 2편은 꼭 봐야한다며 기다리고있던 중 들려오던 갑작스러운 소식이 그저 안타깝고 슬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