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sommar , 2019) 감독 - 아리 에스터 출연 - 플로렌스 퓨, 잭 레이너, 윌 폴터 外 개요 - 청소년 관람불가 / 공포, 미스터리 / 미국 , 스웨덴 / 147분 개봉 - 2019 .07.11 낮이 긴 백야 가운데 90년만에 열린 미드소마에 참석한 대니와 친구들. 아름다운 꽃들이 가득한 그곳이 뭔가 수상하다.
* 주관적인 리뷰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
#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 가장 긴 낮에 펼쳐지는 어느 하지제
영화 '미드소마' 이미지
대니는 유독 힘들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동생이 도통 연락이 되지 않아 그 불안함은 가중된다. 이에 대니는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에게 연락해 의지하려하나 크리스티안은 그녀의 감정을 받아주는게 점점 부담스럽고 또 벅차게 느껴진다. 그래서 여자친구 몰래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하지만 다시금 온 대니의 연락에 상황은 급변한다. 대니의 동생이 제 스스로 가스를 흡입하여 목숨을 끊는 것으로 모자라 그녀의 부모님까지 모두 데려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슬퍼하는 대니를 혼자 둘 수 없기에 여행에 대해 이실직고하며, 그녀에 같이 가자 제안하고 대니는 그녀 몰래 여행을 가려는게 내심 섭섭했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드리며 여행에 합류한다. 이 여행은 펠레의 초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스웨덴의 호르가 마을에서 미드소마라는 하지제가 열리는데 신기하게도 이 곳은 밤이 되어도 한낮처럼 밝은 백야가 한창이었다. 그리고 낮이고 밤이고 아름다운 햇살이 내리쬐는 그 가운데 아름다운 조형물 너머로 동화같이 아름다운 호르가 마을이 보여오고, 이들은 놀러온 대니 일행을 환영해준다.
9일동안 진행되는 호르가 마을의 미드소마가 시작된다.
기묘한 테이블에서 진행되는 기묘한 식사를 먹고, 미드소마 축제의 첫날의 이벤트는 72살 두 노인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하물며 제대로 머리가 깨져 죽지 않은 노인을 위해 마을 사람은 오함마로 머리를 내려쳐 확실히 죽여준다. 이 행사는 내부인에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죽은 두 노인의 이름은 이번에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물려지기에 죽었지만 죽은 것은 아니라 순환 속에 속해지게 된 것이었다.
영화 '미드소마' 이미지
그러나 외부인들의 눈에는 단지 동반자살에 지나지 않았기에 대니 일행과 더불어 호르가 마을에 놀러온 이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이곳에서 나가기 위해 짐을 챙겼다. 하지만 나가겠다고 짐을 챙긴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대니의 일행 중 한 명도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호르가 마을의 경전이 없어졌는데, 없어진 날 또다른 일행도 함께 없어진다. 묘한 불편함 속에서 대니는 호르가 마을 사람들과 음식도 만들고 5월 여왕을 선발하는 쓰러질 때까지 춤추는 행사에도 참여하여 나중에는 5월의 여왕이 되기도 한다.
대니가 5월의 여왕 행사를 수행하는 동안, 그녀의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은 사람들에게 끌려가 약에 취한 채 씨내리가 되어 근친교배로 야기되는 장애를 막기 위한 '제물'로 사용되고, 이 모습을 보게 된 대니는 울부짖으나 그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함께 울부짖어준다.
약에서 깬 크리스티안은 황급히 도망치나 그 도망친 곳에 앞서 이 마을을 나갔다던 일행 중 한명의 시체를 보게 되고, 충격에 멈칫하나 다시금 마취약에 취해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5월의 여왕인 대니에게 신전에 바쳐질 9명의 제물의 한 명으로 선정되어 곰탈을 쓰고 신전에 갇혀 추첨으로 뽑힌 호르가 마을 사람 둘, 다른 시체들과 함께 산채로 타죽게 되고, 대니는 그 모습을 보며 빙긋이 웃음짓는다.
영화 '미드소마' 이미지
영화 [미드소마]는 찜찜한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 숨겨져있는 각종 상징 같은 다양한 볼거리와 충격적인 스토리 등으로 인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미드소마]에서 가장 특이한 것을 꼽자면 단연 배경일 것이다.
영화 [미드소마]의 배경은 지독하게 아름답다. 초록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백야로 인해 낮밤이 잘 구분되지 않을만큼 햇살은 눈부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호르가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는 하얀 튜닉같은 옷들은 북유럽 갬성을 일깨우는 듯하고, 대니에게 씌어주는 꽃왕관은 그냥 화관이 아닌 마치 작품을 연상케할만큼 아름답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곳에서 공동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이 죽고,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행된다. 거기다 저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 사람을 죽여놓고선 감쪽같은 얼굴로 우리 경전이 없어졌는데... 저기, 니 친구 어디있어...? 라는 식으로 운을 띄우는 장면에서는 저 사람들이 이를 한 두번 해본 게 아니라는 것을 쉽게 추측하게 한다.
햇살이 내리쬐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펼쳐진 살육과 제물파티가 1차적으로 불편했다면 2차적으로 불편한 것은 나라는 존재의 소멸일 것이다. 그냥 보아도 힐링될 것 만 같은 저 아름다운 곳에서 제물로 바쳐지는 것은 당연하며 죽는 것은 순환이고, 울부짖는 나의 감정과 섹스를 하며 느끼는 쾌락조차 우리 모두 함께 느끼는 감정이 된다.
영화 '미드소마' 이미지
그리고 저런것들을 당연히 당연한 것들이 아니기에 영화를 보는 동안 연신 불편하고 가끔씩은 불쾌함도 유발한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지어보인 대니의 미소가 온갖 꽃에 둘러 쌓여있어 아름답다기보다는 그저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일터다.
호르가 마을에 오기 전까지, 대니는 심적으로 너무나 힘든 상태였다. 여동생의 자살, 그로인해 돌아가신 부모님, 그녀를 받아주는데 버거워하는 남자친구 등- 때문에 그녀는 이 아름다운 곳에서 힐링하고 나아가 이 낯선 곳에서 남자친구와의 사이도 이전보단 좋아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호르가 마을은 힐링과는 사뭇 거리가 먼 곳이었다. 사람이 죽었는데, '순환'이라는 이유로 이전의 그 존재 자체를 죽인다. 하물며 얼굴을 깨트려죽여버리는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죽었지만 죽은게 아니라는 그 말이 가족들이 모두 죽은 그녀에게는 다르게 와닿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죽은 것은 충격이니 이 마을을 나가려했지만 호르가 마을을 연구과제로 삼았다는 남자친구로 인해 그녀는 나중을 기약한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못하는 스웨덴 언어도 하게되고, 뜻하지는 않았지만 5월의 여왕이 되어 이들 공동체에 속하게 되어 그녀가 식사를 하면 그제서야 다른 이들도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가운데 그녀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안만이 외부인처럼 보일 정도로 그녀는 이 호르가 속에 속해있는 것만 같았다.
영화 '미드소마' 이미지
그리고 무슨 이유였던간에 크리스티안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하게되었고, 그 모습을 보며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슬퍼하던 대니는 결국 바닥에 쓰러져 울부짖으나 호르가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울부짖어준다. 그녀의 슬픔에 매 버거워하던 크리스티안을 보아오던 대니는 제가 소리칠 때마다 함께 소리쳐주고, 숨을 들이 쉴때에도 함께 숨을 들이쉬며 우는 것조차 함께 울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호르가 마을에 서서히 동화되어갔고, 나아가 기꺼이 크리스티안을 미드소마의 제물로 바친다.
호르가 마을 사람이 다 된 대니이기에 제물들이 잘 타는 신전을 보며 저렇게 환한 미소가 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그런지 영화 [미드소마]를 본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대니의 행복한 가족찾기'라는 영화의 한줄평에 너무나 공감했던 것 같다. 사족으로 전대 5월의 여왕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