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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국내

[국내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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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관적인 리뷰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사진출처 : 구글 *


 

#요약 줄거리


방송사 드라마국의 사람 사는 이야기 

 

 

#순정과 초라함 :: 노희경 작가님, 정말 팬입니다


드라마에 대한 썰을 풀기 전에 노희경 작가님에 대해 팬심을 좀 풀어보고자 한다.
스무살의 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딱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지인 중에 영상편집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는 드라마를 굉장히 사랑하는 친구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만약 그 드라마의 본방송을 처음 1분이라도 놓친다면 보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좀 미쳤다 싶을 정도로 각별한 친구였다.  

그리고 나는 그 친구를 통해 노희경 작가님을 알게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영업당했다는게 좀 더 가까울 것이다. 허구한 날 노희경 작가님 체고시다, 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들으면 자동으로 영업 당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 친구에게 매우 감사한다. 노희경 작가님을 알게해줘서.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필두로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가능한 내가 볼 수 있는 한에서는 다 봤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지오가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읊조리는 나래이션은 내가 지금도 사용하는 대사이며, 빠담빠담에서 강칠이 또 더 무엇을 이해해야하냐며 절규하 듯 소리칠 때 가슴이 저려 펑펑 울었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향해 같이 죽자는 말에 오열했다.

 



​노희경 작가님이 만든 캐릭터는 그냥 자연스럽다 못해 지금 내 옆에 살아 숨쉬는 존재같았다.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분 자체가 그냥 그 캐릭터가 되어서 썰을 푸는 것만 같았고, 당연히 저 배우분의 이름을 알고 캐릭터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지만 배우분의 연기력과 극본의 싱크로가 만나 불편한 골짜기라도 생길 정도로, 캐릭터들은 입체적이었으며 그들이 나누는 대사에 위로받았다.

​당시 모두 사랑하지 않는자, 유죄는 베스트셀러였고 생일 선물로 친구에게 그들이 사는 세상 대본책을 사달라고 졸랐다. 나에게 인생 드라마 하나만 꼽으라면 그들이 사는 세상을 꼽을 정도로, 나에게는 인생드라마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겪는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가이드 같은 작품이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는 간단하게 줄이면 방송국 드라마국이 돌아가는 이야기이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네 이야기였다. 하지만 펼쳐서보자니 이리저리 얽혀있는 관계들을 어떻게 3줄 요약할지 난감한 드라마였다.
왜냐하면 주연만 말할 수가 없는 드라마기 때문에.


주연과 스토리를 받혀주는 줄로만 알았던 조연이 왜 웃고 왜 울고 왜 화내는 지 기억한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이 드라마를 구성하는 마스터 피스였고, 절대로 빠져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원래는 각 캐릭터들을 설명하는 리뷰를 쓰려했지만 그러려면 그냥 1화부터 16화 줄거리에 대해 썰을 푸는 것이 더 빠르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드라마 [그사세]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드라마이기에 모두를 설명해야하는 그런 드라마였다. 

 

 


​어쨌든 드라마 [그사세]의 가장 큰 줄기는 드라마국의 이야기라는 점이지만, 그 안에서 파생된 줄기인 드라마PD 지오와 준영의 연애를 빼놓을 수 없다. 
예쁘고 드라마도 잘 만들고 집도 부자인 준영은 바닥을 휘적휘적 닦고는 청소 끝났다며 상큼하게 외치는 게으름뱅이였고, 지오는 마냥 멋있어보이고 주위에도 의리 넘치는 남자처럼 보이지만 걱정많고 투정도 부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마냥 예쁘고 주위 상황에 휩쓸리는 그런 연애가 아니라 정말 무슨 내 옆 사람이 연애하는 것 마냥 하는 연애를 보여준다. 그리고 둘이 말 참 예쁘게 하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렬하게 싸운다. 근데 또 생각하는건 순정적이다. 

​게다가 이 둘만 연애하고 박터지게 싸우느냐, 조연들도 연애하고 박터지게 싸운다. 
규호는 같이 찍던 여배우와 연애를 하지만 아버지의 대선이 걸려있어 이별을 고하고, 드라마국의 국장님은 가정도 버릴 정도로 사랑했던 여배우와 연애를 다시 시작한다. 수경은 준영과의 감정놀음에 놀아나다 결국 알아채고선 그녀의 뺨을 쫙 소리가 나게 갈기고는 너 정말 좋아했다면서 오열하고, 자신의 눈이 안 좋아짐을 느낀 지오는 준영에게 모진말을 던져대며 이별을 고하자, 준영이 문을 두드리며 지오를 붙잡는 소리에 문 뒤에서 숨죽여 오열한다.

인물들은 이성적인 것 처럼 굴지만 지극히 감정적이고 끊을 땐 또 끊지만, 불같이 질척거린다.
근데 그게 또 와닿는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이미 이들의 삶 자체가 다 드라마들이었다.

 

 


드라마 [그사세]의 결말 또한 드라마PD 아니랄까봐 준영이 지오와 촬영 스태프, 현장을 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드라마 [그사세]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많은 의미를 지닌 드라마라고한다. 여자 조감독이 화장실을 가지 못해 기저귀를 찬다거나, 드라마 방송용 테이프가 손상되 그날 다시 드라마를 찍는다거나... 등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보여준다. 
나에게는 인생의 가이드같은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하시는 모든 관계자들 분에 대해 절로 존경이 묻어나오는 작품이기도하다. 

​이 글을 빌어 다시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 [그사세]하면 단연 명대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말에 상처받았으나 말에 위로받는 이 아이러니가운데 드라마 [그사세]의 명대사들을 끝으로 리뷰를 마무리한다.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인생이란 너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뒷통수를 치는 법이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뒷통수를 맞는거라고.
그러니 억울해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게 다 별일이다.
젠장.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린 더 얘기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기에
우린 지금 몸 안의 감각을 곤두세워야만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아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유는 저마다 가지가지다.
누군 그게 자격지심의 문제이고 초라함의 문제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의 문제이고
사랑이 모자라서 문제이고
너무나 사랑해서 문제이고
성격과 가치관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 어떤 것도 헤어짐에 결정적이고 적합한 이유들을 댈 수 없다.
모두 지금의 나처럼 각자의 한계일뿐.


그렇게 눈앞이 하얘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않다.


​왜 나는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내가 더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을까.
내가 이렇게 달려오면 되는데, 뛰어오는 저 남자를 그냥 믿으면 되는데,
무엇이 두려웠을까.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순정을 다짐했다.
그가 지키지 못해도 내가 지키면 그뿐인 것 아닌가.

 


한줄평 :: 삶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드라마
평점 :: 10/10
재시청여부 ::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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